고양이 금홍의 하루

2009. 4. 17. 07:42

 

오늘은 어제보다 날씨가 맑다.
어제 이맘땐 창밖을 보니 밤인지 낮인지 분간이 가질 않았는데.

며칠 전 비가 많이 오던 날 금홍이 들어오지 않았다.
하루종일 비가 와 은근히 걱정된 나는 운동 하러도 못가고 서둘러 집에 왔는데...
비 오는 새로 금홍이 목소리 들릴까봐 음악도 듣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말이지...
혹시 차에 치인건 아닐까, 이 비에 감기라도 걸려 아파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면...
그날은 내내 돌아오지 않는 금홍이를 기다리다 잠들었다.

다음날, 퇴근하는데 금홍이 뻔뻔하게 문앞에서 야옹- 거리며 앉아 있다.
마치 내가 늦게 들어와 여지껏 기다리다 지쳤다는 듯이 운다.
'아니 저년이!! 일단 들어가서 보자!!!'싶은 나는 목덜밀 잡아 들고 집에 들어가 패대기치듯 내려놨다.
일명 '나 지금 화났어' 버전이다.

목소리 낮게 깔고 "너 어제 어디 갔었어! 왜 집엔 안 들어 왔어, 밖에서 뭐 먹었어,,,,"하는데
요게 손가락질 하면 손에다 부비부비, 화나서 왔다갔다 하면 발을 쫓아 다니며 부비부비,
의자에 앉으면 무릎에 뛰어올라와 부비부비, 컴터를 켜면 키보드 위에서 부비거리고 있다.
반갑다는거다. 오랜만에 보니 반갑고 하마터면 못보는줄 알았다는 시늉이다.

다른 고양이들처럼 영리해서 혼나지 않으려 뼁끼쓰는거면 그게 또 얄미울텐데 금홍이는 진심 100%반갑다는 표시를 하는거다.

이건 살면서 고양이 20마리 이상은 키워본 나니까 장담한다. 이렇게 순수하게 완전 멍청한 고양이는 처음 봤다. 전에 엄마가 기르던 덕완이란 이름의 고양이와 쌍벽을 이룬다. (알고보니 덕완이는 평화주의묘였던 거지만)

첨엔 덕완이가 밖에만 나가면 맞고 들어오는줄 알았다. 덩치도 수박같은게 지보다 작은 고양이들에게 쫓겨 맞고 다닌다고 생각하니 한심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자주 귀나 코가 찟어져서 들어왔었는데...

하루는 같이 사는 고양이, 꼰진이가 수세에 몰려있는걸 발견한 덕완이가 그 수박같은 덩치에 털을 있는대로 부풀려선 다른 고양이를 일거에 제압해 버리는거다. 그 광경을 본 우리는 그 후로 덕완이를 더이상 멍청하다고 놀리지 않았다.

걔는 그랬다. 일단 덩치값도 하고 외모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체서고양이 같은 은근한 분위기가 있어 뭐랄까, 딱히 멍청하다는 이미지 보다는 초연하달까... 속세완 무관해 보이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금홍이는...

밖에서 아마 왕따를 당하는 거 같다. 에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금홍에게는 고양이 냄새가 나질 않는다.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다보면 자기 냄새는 물론 다른 고양이 냄새라도 나야 정상일텐데 금홍에게는...

퇴근하고 돌아오면 언제나 현관 앞에 앉아 기다리는 금홍을 안고 들어가는데...

고양이에게서 풀냄새가 난다. 싱그러운 풀냄새.
아니, 왜 고양이에게서 이렇게 진한 풀냄새가 나는거냐 싶어 구석구석 살펴보면 그 왜 강아지풀 풀씨처럼 생긴게 털 가득 엉켜있다.

첨엔 생각에 오늘은 산에 가서 놀았구나. 아이구 이쁜거. 했다. 그런데 그 후로 여지껏 매일 풀씨가 엉켜 있는걸로 봐서 매일 같이 거기로 출근하는거 같다. 친구들이 안 놀아주나?

아무래도 수상하다.
애교도 많고 사람을 잘 따라서 나랑 걸어가다가도 다른 사람 따라 가는 고양인데 왜 혼자 노는 듯한 인상이지? 매일 빗어주고 풀씨를 털어줘도 다음날 밤이면 어김없이 그 풀씨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이젠 낙엽색으로 물든 풀씨다.

아무래도 수상하다. 
돌아오는 토요일에 미행 해봐야겠다.


Posted by 솔이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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