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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9.04.17 고양이 금홍의 하루

악어사냥꾼 금홍

2009. 4. 17. 08:07

공기가 축축하다.
여긴 어디지?

수분 때문인지 모든게 약간은 진해보이고 거리감이 없다.
마치 형광등 조명 아래의 풍경처럼 금속성의 느낌이 난다...
이곳은 목욕탕? 아니지... 그보다는 삼류 온천 같은 곳이다.

어디선가 색이 점점 빠져가는 악어가 느릿느릿 기어온다.
그 목욕탕 같은 이상한 장소는 악어의 마지막 무덤 같은 곳인가보다.
자세히 보니 왼쪽 편에 색이 다 빠져 흰 석고 같이 변해버린 악어가 세마리 물속에 담겨 있다.
지금 기어오는 악어는 배에서 꼬리쪽으로 피를 흘리고 있다.
피가 빠지면서 머리에서부터 꼬리쪽으로 점점 하얗게 변해 간다.
저쪽에 이미 흰색으로 굳어버린 악어들이 가끔 진저리치듯 꿈틀댄다.

그래도 악언데 물리면 다리 한짝은 떨어져나가겠지 싶어 나는 몸을 웅크리고 숨을 죽인채 계속 철조망 뒤에 숨어있다.

그렇다. 내가 있는 곳은 그 목욕탕처럼 생긴 곳에서 반층 정도 높은 곳의 바위 뒤다.
악어가 있는 곳과는 철조망으로 분리되어 있고 인공물처럼 생긴 바위와 나무에 가려 저쪽에선 이쪽이 보이지 않는다. 내 뒤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산책로가 있는 것 같다. 친근한 장소인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나는 안전한가보다. 멀리서 여고생 또래의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아, 여긴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 뒷산이다. 교정이 워낙 넓어 악어 한두마리 산다해도 눈치채지 못할만한 곳이다. 가끔 뒷산을 산책하다 길을 잘못 들면 숨어 있던 악어를 만나기도 한다. 지렁이만큼 많은 수이다. 재수 없이 밟기라도 하면 다리 하나 잃는 일은 예사로 있다.

학교에선 조회시간에 제발이지 좀 뒷산엔 가지 말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그나이 또래 애들이 어디 선생 말을 듣나. 담력시험으로 혹은 어쩌다 정신없이 놀다 보면 자주 그쪽으로 가게 된다. 해서 우리학교는 한해에 팔 다리 잃는 애들 한두명은 보통으로 있었다.

아무리 살충제를 뿌리고 조심을 한다해도 악어의 수는 줄지 않았다. 학교 당국과 동네주민들은 더이상의 인명피해를 줄이고자 악어사육장을 만들기로 시에 건의했고 고등학교에 악어사육장을 만드는건 전례 없는 일이라고 버티던 학교측도 졸업생과 시민단체의 끈질긴 압력에 굴복해 3년만에 허가를 내주었다.

다행히 우리 학교엔 수영장이 있어 거기를 개조해 악어풀을 만들었다. 처음엔 풀에 수감되길 거부하는 악어 때문에 체육시간마다 4인1조로 악어한마리씩 잡아다 그 풀에 넣는걸로 체육점수를 대신하기도 했다.

며칠전부터 여기서 금홍이 일한다. 우연한 기회에 금홍이 악어몰이에 탁월한 재능이 있는걸 알게 됐고 그 후로 몇가지 행정적인 문제가 있었지만 형편 되는대로 처리하기로 하고 나머지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서 그 일을 맡게 된거다. 군에선 군용개가 군인과 동등한 대접을 받는다는데 아직 금홍이는 준공무원 신분이다. 월급과 출퇴근 시간 등 여러가지 차별을 받긴 하지만 무료하던 차에 잘됐다 싶어 혼쾌히 승락했다고 한다.

Posted by 솔이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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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imyang* 2009.04.25 01: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흥미진진합니다~ 금홍의 활약상.. 오~솔이엄마 건재하외다~

고양이 금홍의 하루

2009. 4. 17. 07:42

 

오늘은 어제보다 날씨가 맑다.
어제 이맘땐 창밖을 보니 밤인지 낮인지 분간이 가질 않았는데.

며칠 전 비가 많이 오던 날 금홍이 들어오지 않았다.
하루종일 비가 와 은근히 걱정된 나는 운동 하러도 못가고 서둘러 집에 왔는데...
비 오는 새로 금홍이 목소리 들릴까봐 음악도 듣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말이지...
혹시 차에 치인건 아닐까, 이 비에 감기라도 걸려 아파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면...
그날은 내내 돌아오지 않는 금홍이를 기다리다 잠들었다.

다음날, 퇴근하는데 금홍이 뻔뻔하게 문앞에서 야옹- 거리며 앉아 있다.
마치 내가 늦게 들어와 여지껏 기다리다 지쳤다는 듯이 운다.
'아니 저년이!! 일단 들어가서 보자!!!'싶은 나는 목덜밀 잡아 들고 집에 들어가 패대기치듯 내려놨다.
일명 '나 지금 화났어' 버전이다.

목소리 낮게 깔고 "너 어제 어디 갔었어! 왜 집엔 안 들어 왔어, 밖에서 뭐 먹었어,,,,"하는데
요게 손가락질 하면 손에다 부비부비, 화나서 왔다갔다 하면 발을 쫓아 다니며 부비부비,
의자에 앉으면 무릎에 뛰어올라와 부비부비, 컴터를 켜면 키보드 위에서 부비거리고 있다.
반갑다는거다. 오랜만에 보니 반갑고 하마터면 못보는줄 알았다는 시늉이다.

다른 고양이들처럼 영리해서 혼나지 않으려 뼁끼쓰는거면 그게 또 얄미울텐데 금홍이는 진심 100%반갑다는 표시를 하는거다.

이건 살면서 고양이 20마리 이상은 키워본 나니까 장담한다. 이렇게 순수하게 완전 멍청한 고양이는 처음 봤다. 전에 엄마가 기르던 덕완이란 이름의 고양이와 쌍벽을 이룬다. (알고보니 덕완이는 평화주의묘였던 거지만)

첨엔 덕완이가 밖에만 나가면 맞고 들어오는줄 알았다. 덩치도 수박같은게 지보다 작은 고양이들에게 쫓겨 맞고 다닌다고 생각하니 한심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자주 귀나 코가 찟어져서 들어왔었는데...

하루는 같이 사는 고양이, 꼰진이가 수세에 몰려있는걸 발견한 덕완이가 그 수박같은 덩치에 털을 있는대로 부풀려선 다른 고양이를 일거에 제압해 버리는거다. 그 광경을 본 우리는 그 후로 덕완이를 더이상 멍청하다고 놀리지 않았다.

걔는 그랬다. 일단 덩치값도 하고 외모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체서고양이 같은 은근한 분위기가 있어 뭐랄까, 딱히 멍청하다는 이미지 보다는 초연하달까... 속세완 무관해 보이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금홍이는...

밖에서 아마 왕따를 당하는 거 같다. 에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금홍에게는 고양이 냄새가 나질 않는다.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다보면 자기 냄새는 물론 다른 고양이 냄새라도 나야 정상일텐데 금홍에게는...

퇴근하고 돌아오면 언제나 현관 앞에 앉아 기다리는 금홍을 안고 들어가는데...

고양이에게서 풀냄새가 난다. 싱그러운 풀냄새.
아니, 왜 고양이에게서 이렇게 진한 풀냄새가 나는거냐 싶어 구석구석 살펴보면 그 왜 강아지풀 풀씨처럼 생긴게 털 가득 엉켜있다.

첨엔 생각에 오늘은 산에 가서 놀았구나. 아이구 이쁜거. 했다. 그런데 그 후로 여지껏 매일 풀씨가 엉켜 있는걸로 봐서 매일 같이 거기로 출근하는거 같다. 친구들이 안 놀아주나?

아무래도 수상하다.
애교도 많고 사람을 잘 따라서 나랑 걸어가다가도 다른 사람 따라 가는 고양인데 왜 혼자 노는 듯한 인상이지? 매일 빗어주고 풀씨를 털어줘도 다음날 밤이면 어김없이 그 풀씨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이젠 낙엽색으로 물든 풀씨다.

아무래도 수상하다. 
돌아오는 토요일에 미행 해봐야겠다.


Posted by 솔이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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