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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22 연애소설 읽는 노인 (11)
  2. 2009.04.17 악어사냥꾼 금홍 (2)

연애소설 읽는 노인

2009. 4. 22. 17:20

온통 세계가 은빛으로 물들도록 비가 내리고 있다. 기후가 사시사철 따뜻한 이곳은 아마존강 유역의 안쪽 깊숙이 위치한 이딜리오마을이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우린 그 불길한 살쾡이의 발자국을 따라 좀 더 밀림의 안쪽으로 들어갈 것이다.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 그를 못 믿는 것은 아니지만 그는 이제 육순을 바라보는 노인이다. 아직 강인한 눈매엔 그가 한때 같이 생활했다던 원주민 수아르족의 기상이 남아 있고 여전히 억세고 윤기나는 팔뚝은 아직은 그가 자기 손으로 생계를 해결하는 남성임을 증명하고 있어 어른들은 이번 추격단의 우두머리로 손색이 없다고 하지만 나는 안다. 밤마다 자기 전에 이상한 책을 읽을 땐 입을 오물거리며 이를 빼 놓는 것을. 동네 어른들 중 가끔 그런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은 볼리바르노인처럼 사냥을 하거나 이번처럼 중차대한 임무를 맡아 모험을 떠나지는 않는다. 오랫동안 밀림에서 살았고 사냥에 관한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용맹했다는 건 모두 지난 일이다. 이를 빼놓는다니. 더 이상 이가 자기 신체의 일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 고기도 뜯지 못하고 음식의 맛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는 소리 아닌가. 그 소린 그가 이젠 이 세상보다 저 세상과 더 친하단 소리 아닌가. 한 발을 저쪽 세계에 담근 자와 이번 일을 같이 한다는 자체가 못마땅하다. 이런 생각을 마을 족장 어른께 말씀 드리고 싶었지만 행여나 경솔한 사람이란 소리를 들을까봐 어머니께만 넌지시 말했다.

“에난디오, 호세노인의 이가 없는 건 젊어서 술마시고 내기 하다가 그렇게 된거야. 친구들이 그의 남성다움을 증명하는데 마취하지 않고 이를 몽땅 뽑으면 여태 벌었던 재산을 다 주기로 했다나 뭐라나. 바보 같은 짓이지만 취한 김에 호세노인도 그러자고 했댄다.”

그러면 어머니 더더군다나 그런 바보 짓을 했던 사람을 따라 갈 수는 없어요. 이건 목숨을 거는 일이고 나는 살쾡이를 죽이는 이런 바보 같은 원정대에 참가하고 싶지 않아요.

“에난디오. 이건 마을 어른들의 뜻이다. 마을 제일의 사냥꾼인 네가 가야만 우리도 안심할 수 있어. 이 엄마는 그런 네가 자랑스럽단다.”

저는 먹기 위해서가 아닌 이유로 동물을 죽이고 싶지 않아요.

“옆 집 사람이 죽었는데 우리가 그의 억울한 죽음을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야.”

그 살쾡이는 새끼를 잃었어요. 나라도 내 자식을 잃고 나면 인간을 미워할 거에요.

내 심장을 주신 나의 어머니는 잠시 말이 없으셨다. 그리곤 내 머리를 감싸 안으시더니 나를 위해 성안토니오의 기도를 외우셨다. 용기와 자비를 비는 사냥꾼의 기도이다. 그리곤 조용히 불을 끄고 나가셨다. 어젯밤의 일이다.

오늘은 새벽같이 일어나 마을 공터에 갔다. 그곳에서 다른 사냥꾼들을 만나 밀림 속으로 이동할 것이다. 큰 비가 그치고 난 후엔 일시에 온갖 밀림의 향기가 덮쳐온다. 각종 열대과일과 이름 모를 풀향기다. 푹푹 찌는 더위에도 야자수 그늘에 들어가면 이런 향기 때문에 시원하다. 냄새에도 색깔이 있다면 밀림은 빛에 따라 시시각각 색이 변하는 노란머리앵무새 같을 것이다. 고개를 돌릴 때마다 다른 향기가 난다.  

초록안개 속으로 사람들이 하나 둘 도착한다. 마을 족장의 뒤뚱거리는 모습도 보였다. 밀림으로 들어가는데 어디서 주워온 건지 모르는 장화를 신고 오다니. 아마 얼마 가지 못하고 버릴 것이다. 곧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 노인도 도착했다. 마치 점성술사의 모습처럼 보인다. 몇 백년을 홀로 살아온 사람처럼 고독해 보인다. 잠시 족장의 말이 있고 볼리바르 노인이 사냥할 때의 주의사항에 대해 몇 마디 했다. 이윽고 출발을 알리는 뿔고동 소리가 울려퍼진다.


****  

연애소설 읽는 노인 - 루이스 세풀베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책이라고 해서 개념적이고 딱딱할줄 알았는데 이 작은 책이 이리도 서정적일 줄이야...

나에게 좋은 책이란 아니 좋은 예술작품이란 그걸 매개로 감정의 울림이 생겨 무언가 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림이, 음악이, 글이 쓰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말이다.
이 책 <연애소설 읽는 노인>도 그랬다.

이 책을 읽고나선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새끼와 남편을 잃고 그 고통에 몸부림치며 죽음을 불사한 복수를 감행하는 살쾡이가 안타까워서일까.
아니면 문명을 앞세워 밀림을 자연을 이해하지 못하고 정복하기만 즐기는 인간의 탐욕에 분노해서일까.
그도 아니면 소설속 아마존 강가로 가 야자수 나뭇잎 얼기설기 엮어 사는 그 안토니오 노인처럼
나도 그곳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고싶은 동경심 때문일까.

여기 아마존의 한 평화로운 마을이 있다.
그곳에서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 노인이 아마존에 정착하기까지의 과정과
그를 지켜보다 자신의 부족에 받아들이는 수아르족의 방식과
항상 정부를 욕하는 치과의사와의 담담한 우정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그러던 어느날 암살쾡이가 백인 사냥꾼을 할퀴어 죽이는 사건이 발생한다.
정부의 대리자 뚱보 읍장은 미개한 인디오들을 의심한다.
미개한 그들이 물건을 빼앗고자 백인을 죽였다는 읍장의 주장에 안토니오 노인은
그것이 어린새끼를 죽이고 숫살쾡이를 상처입힌 어리석은 백인 사냥꾼에게 복수하기 위한
암살쾡이의 짓임을 밝혀낸다. 그리고 이게 끝이 아님을 경고한다.

이제 아마존의 한 부락은 위험하다.

살쾡이의 위험으로부터 마을을 혹은 인간으로부터 훼손되어버린 살쾡이의 삶과 죽음을 지키기 위해
어쩔수 없이 안토니오 노인이 나선다.

줄거리도 아름답지만 마치 그곳에 있는듯, 안토니오 노인의 건강했던 지난날과
밤이면 홀로 호롱빛에 의지해 연애소설을 읽는 적적하지만 자족적인 지금의 삶이 생생하다.
그 삶이 깨어지지 않기를...

지배계급의 이익때문에 문명을 전달한다는 구실로 토착민들의 삶을 짓밟는 정부와
양식을 위해서가 아닌 오락을 위한 살생을 하는 인간의 사냥이 거기서 멈추기를,
그래서 더이상 아름다운 것들이 파괴되지 않기를 바란다.



Posted by 솔이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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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YN 2009.04.28 09: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고 갑니다 ^^

  2. 솔이아빠 2009.04.28 13: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읽고 갑니다. 집중할 수 있는 시간 만드는건 생각해 봅시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ㅋㅋ

  3. 해피아름드리 2009.04.29 18: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솔이엄마님~!!
    반가워요^^
    솔이엄마라 하심은 솔이아빠랑 부부인게죠??
    아닌가?? ㅋㅋㅋ..
    종종 뵈요~~요즘은 바빠 마실 잘 못 다녀요 ㅎㅎ..
    항상 행복하시구용~~

  4. 검도쉐프 2009.04.29 22: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솔이어머님, 반갑습니다.
    저희처럼 부부블로거이신가 봅니다. ^_^ ㅎㅎㅎ

    • 솔이엄마 2009.04.30 00: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반갑습니다~
      부부가 다 블로그 하니 매일 밤 블로그 이웃님들 얘기에 시간 가는줄 몰라요.ㅎㅎㅎㅎ
      솔이는 혼자 놀게 내비두고 ㅎㅎㅎㅎ
      자주 뵐게요~

  5. 거나양 2009.05.02 12: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솔이엄마 블로그네요.
    좋은 리뷰 덕에 이 책 샀는데, 읽을 시간이 없다는~
    이번 연휴에 아기는 가족들에게 맡기고 꼭 완독해야겠어요.

    • 솔이엄마 2009.05.07 09: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와~ 이 책 사셨어요? 생각날때면 가끔 읽는 책인데 분량도 많지 않고 내용도 무겁지만은 않아 읽기 좋으실 거에요. 아기 키우면서 책 읽기 만만치 않죠? 엉엉... 우린 언제 여유롭고 한가하게 책 읽고 화초 가꾸고 문화생활도 즐기는 사람이 될까요? ㅎㅎㅎㅎ 종종 들러주세요~

악어사냥꾼 금홍

2009. 4. 17. 08:07

공기가 축축하다.
여긴 어디지?

수분 때문인지 모든게 약간은 진해보이고 거리감이 없다.
마치 형광등 조명 아래의 풍경처럼 금속성의 느낌이 난다...
이곳은 목욕탕? 아니지... 그보다는 삼류 온천 같은 곳이다.

어디선가 색이 점점 빠져가는 악어가 느릿느릿 기어온다.
그 목욕탕 같은 이상한 장소는 악어의 마지막 무덤 같은 곳인가보다.
자세히 보니 왼쪽 편에 색이 다 빠져 흰 석고 같이 변해버린 악어가 세마리 물속에 담겨 있다.
지금 기어오는 악어는 배에서 꼬리쪽으로 피를 흘리고 있다.
피가 빠지면서 머리에서부터 꼬리쪽으로 점점 하얗게 변해 간다.
저쪽에 이미 흰색으로 굳어버린 악어들이 가끔 진저리치듯 꿈틀댄다.

그래도 악언데 물리면 다리 한짝은 떨어져나가겠지 싶어 나는 몸을 웅크리고 숨을 죽인채 계속 철조망 뒤에 숨어있다.

그렇다. 내가 있는 곳은 그 목욕탕처럼 생긴 곳에서 반층 정도 높은 곳의 바위 뒤다.
악어가 있는 곳과는 철조망으로 분리되어 있고 인공물처럼 생긴 바위와 나무에 가려 저쪽에선 이쪽이 보이지 않는다. 내 뒤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산책로가 있는 것 같다. 친근한 장소인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나는 안전한가보다. 멀리서 여고생 또래의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아, 여긴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 뒷산이다. 교정이 워낙 넓어 악어 한두마리 산다해도 눈치채지 못할만한 곳이다. 가끔 뒷산을 산책하다 길을 잘못 들면 숨어 있던 악어를 만나기도 한다. 지렁이만큼 많은 수이다. 재수 없이 밟기라도 하면 다리 하나 잃는 일은 예사로 있다.

학교에선 조회시간에 제발이지 좀 뒷산엔 가지 말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그나이 또래 애들이 어디 선생 말을 듣나. 담력시험으로 혹은 어쩌다 정신없이 놀다 보면 자주 그쪽으로 가게 된다. 해서 우리학교는 한해에 팔 다리 잃는 애들 한두명은 보통으로 있었다.

아무리 살충제를 뿌리고 조심을 한다해도 악어의 수는 줄지 않았다. 학교 당국과 동네주민들은 더이상의 인명피해를 줄이고자 악어사육장을 만들기로 시에 건의했고 고등학교에 악어사육장을 만드는건 전례 없는 일이라고 버티던 학교측도 졸업생과 시민단체의 끈질긴 압력에 굴복해 3년만에 허가를 내주었다.

다행히 우리 학교엔 수영장이 있어 거기를 개조해 악어풀을 만들었다. 처음엔 풀에 수감되길 거부하는 악어 때문에 체육시간마다 4인1조로 악어한마리씩 잡아다 그 풀에 넣는걸로 체육점수를 대신하기도 했다.

며칠전부터 여기서 금홍이 일한다. 우연한 기회에 금홍이 악어몰이에 탁월한 재능이 있는걸 알게 됐고 그 후로 몇가지 행정적인 문제가 있었지만 형편 되는대로 처리하기로 하고 나머지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서 그 일을 맡게 된거다. 군에선 군용개가 군인과 동등한 대접을 받는다는데 아직 금홍이는 준공무원 신분이다. 월급과 출퇴근 시간 등 여러가지 차별을 받긴 하지만 무료하던 차에 잘됐다 싶어 혼쾌히 승락했다고 한다.

Posted by 솔이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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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imyang* 2009.04.25 01: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흥미진진합니다~ 금홍의 활약상.. 오~솔이엄마 건재하외다~